가해자를 ‘현실적으로’ 알았다는 것은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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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를 ‘현실적으로’ 알았다는 것은 언제인가 교통사고소송실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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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를 ‘현실적으로’ 알았다는 것은 언제인가
1. ‘가해자 인식’과 소멸시효의 연관성
교통사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려면, 소멸시효 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이내 행사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된다고 규정하는데, 문제는 “언제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것인가”입니다.
실무에서 이는 단순한 추론이 아니라, 구체적·현실적으로 가해자의 행위가 불법행위임을 인식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2. 판례 예시: “추정 수준” 넘어서야 실제 인식
대법원 2003다4747 사건에서, 운전자 최 모 씨가 교통사고 후 도주했으나 줄곧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수사기관이 목격자의 진술과 차량 손상 상태 등 다양한 증거를 수집했지만, 본인이 계속 반박 자료를 제시하면서 명확한 유죄 확신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국 법원은 “수사와 1심 공판 과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유죄가 인정될 만큼 증거가 완비되었다면, 그때 가서야 피해자 측이 가해자를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보는 게 옳다”고 보았습니다. 단지 ‘수사기관이 피의자로 지목했다’는 정도로는 아직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3. 사실 인식과 법률평가 인식은 다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가해자가 불법행위 책임을 질 법적 요건이 충족됐는지”를 법률적으로 정확히 판단하는 것까지 요구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가해자가 위법 행위를 했고 그 결과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관계’ 정도를 인식하면 충분합니다.
반면 “형사판결이 확정된 뒤부터 시효가 시작된다”는 식으로, 법적 평가가 끝나야 한다고 보는 건 아니라고 판시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이 사고는 가해자의 불법행위 때문이며, 그 사람에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겠다”는 정도로 현실적으로 알게 된 때부터 시효가 진행됩니다.
4. 사용자책임이 문제 될 때: 가해자가 ‘사용자’인 것도 알았나
교통사고가 아닌 산재사고 등에서는, 단순히 ‘직접 잘못을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 사람을 고용한 ‘사용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 즉 “피용자가 업무 수행 중 저지른 불법행위”라는 사실까지 인식해야, 비로소 사용자에 대한 배상청구가 가능해집니다.
다시 말해, 피해자는 “해당 불법행위자가 사용자의 업무를 집행하던 중에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았을 때라야 “가해자를 안 날”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단순히 공장 직원이 사고를 냈다는 정도만 알았다면 모자라고, 그 직원이 공장주의 업무 범위 안에서 일하다 사고를 냈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5. 정신적 능력·지능이 없는 경우 시효 진행은 보류
또 다른 판례에서는 피해자의 정신적 능력·지능이 충분치 않다면, 비록 사고 사실이나 가해자의 존재를 들어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해도, 실제로 인식했다고 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결국 본인이 인지할 수 없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면, 시효는 그 시점에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중증 치매 환자나 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그 일을 가해자가 한 것 같다”는 말을 전해 들었어도,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만한 인식 능력이 없었다면 시효가 개시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6. 증명 책임: 가해자 측이 시효 완성을 주장한다면
마지막으로, “언제 피해자가 가해자를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가해자(또는 보험사) 측이 단기소멸시효 완성을 항변하고자 할 때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일단 피해자가 “나는 몰랐다”고 주장하면, 가해자 측이 “이미 안 것으로 봐야 할 객관적 증거가 있다”고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소멸시효 항변이 인정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충분히 인식했을 거다”라는 추정만으로는 피해자의 청구를 시효로 막기 어렵습니다.
7. 결론: 소멸시효 분쟁 핵심은 ‘현실적 인식 시점’
정리하자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3년 소멸시효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는 다음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1. 가해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2. 그 행위가 불법이며 손해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을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알았다고 볼 수 있는 시점이 곧 시효의 기산점이 됩니다.
사용자책임이 개입되는 사건, 의료사고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건, 정신적 제약으로 판단 능력이 부족한 피해자의 사건 등에서는 그 시점을 뒤로 늦출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결국 각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피해자가 언제 정말로 알았다고 볼 것이냐”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소멸시효 다툼의 핵심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