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후발손해, 추가 청구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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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못한 후발손해, 추가 청구는 가능할까?”
1. 후발손해와 합의 효력의 경계
교통사고 피해를 입고 가해자나 보험사와 합의를 체결했더라도, 이후에 예기치 못한 거액의 추가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처럼 “합의 당시에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후발적 손해가 뒤늦게 드러났다면, 그 손해까지 미리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취지로 여러 판결에서 피해자 보호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실제 사례를 통해 합의된 금액 이상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던 상황들을 살펴보겠습니다.
2. 사례 1: 식물인간 상태 호전, 여명(餘命) 연장으로 인한 추가비용
한 피해자는 사고로 식물인간 또는 사지마비 상태가 지속되어 오래 살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하지만 사고 후 무려 6년이 지나자 상태가 개선되어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났고, 그 결과 초기 감정서에서 예상했던 여명보다 약 8년 이상 길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추가로 드는 향후 치료비나 개호(간병) 비용은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은 “합의 당시에 이처럼 극적인 호전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면, 그 이후 발생한 새로운 손해까지 모두 포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2001다9496). 즉, 중대한 후발손해가 전혀 예측 불가했던 사항이라면, 합의 때 책정된 금액을 초과하는 손해를 다시 청구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3. 사례 2: 사고 10일 만의 합의, 뒤늦은 사망으로 인한 손해 확대
또 다른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음에도 사고 후 불과 열흘 만에 부제소 조항을 포함해 합의를 체결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였지만, 예상치 못하게 피해자가 숨지면서 손해 범위가 훨씬 커진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합의 시점이 너무 이른 데다가, 합의 당시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면, 그 손해까지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1997. 8. 29. 선고 96다46903). 결국 조기 합의가 이뤄진 때에는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가 제대로 고려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입니다.
4. 사례 3: 유아 시절 합의 후 발견된 중증 후유장해
세 번째 사례는 사고를 당했을 당시 만 3세 남짓에 불과했던 아이와 관련된 사건입니다. 어린아이가 입은 상처의 정확한 후유장해 정도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합의금으로 겨우 31만 9,600원을 받은 뒤, 나중에 38.8% 상당의 노동능력 상실이 확인되어 향후 손해액이 4천만 원을 훌쩍 넘게 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합의 시점에 그 정도 중대한 후유장해가 있을 거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다면, 이후에 밝혀진 심각한 장애로 인한 손해는 애초에 포기 대상이 아니다”라고 보았습니다(1997. 4. 11. 선고 97다423).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후유장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합의 시점에서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5. 사례 4: 단순 염좌로 착각했으나 실제로는 디스크(요추 수핵탈출증)
마지막 사례에서 피해자는 “요추 4, 5번 염좌”로만 진단된 줄 알고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합의 후에도 통증이 악화되어 다른 병원 진찰을 받았더니 요추 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이 원인으로 드러났고, 결국 수술에 수백만 원이 소요되었으며 노동능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합의 당시 받은 금액은 29만 4,540원에 불과했습니다. 법원은 “이처럼 디스크로 인한 엄청난 치료비와 후유장해가 발생할 줄 전혀 몰랐다면, 합의의 효력은 애초 예상했던 ‘요추염좌’ 관련 손해만 덮을 뿐, 허리디스크로 인한 추가 손해까지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1991. 12. 12. 선고 91다30057).
6. 결론: 중대하고 예측 불가능한 손해라면 ‘추가 청구’ 가능
위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법원은 다음 두 가지를 핵심 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1. 합의 시점에 과연 ‘중대한 손해’가 예상 가능했는가: 예를 들어, 단순 타박상으로 생각했는데 재진단 결과 심각한 디스크가 드러났다거나, 몇 개월 안에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오랫동안 의식이 돌아오지 않거나 반대로 수명이 크게 연장된 상황 등.
2. 그 손해가 발견됐다면 사회 통념상 결코 기존 합의금으로 타협하지 않았을 만한 수준인가: 아무리 예측이 불가능했더라도, 추가 손해가 매우 사소한 금액이라면 법원은 굳이 기존 합의를 깨뜨릴 정도로 중대하다고 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일반적인 후유장해나 치료비 증가 수준을 넘어서, 합의 당시 가늠조차 못 했던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손해’가 입증되어야만, “그 부분은 합의가 미치지 않았다”고 인정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결국 교통사고 피해자로서는 부상과 후유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른 합의를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작은 금액이라도 조기 합의를 하려 한다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손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향후 검진이나 진단서 등으로 중대 후발손해가 확인될 때는 법적으로 다시 청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