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범위와 자살행위 예외, 자배법 면책의 실제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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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범위와 자살행위 예외, 자배법 면책의 실제 적용
1. 승객 개념: 어디까지를 ‘운행자의 보호영역’으로 볼 것인가
교통사고 분쟁에서 “어디까지를 승객으로 인정할 것인가”는 중요한 쟁점입니다. 자배법상 승객이란 단순히 ‘차량 내부에 앉아 있는 사람’으로만 제한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운행자의 동의를 얻어 차량에 올라탄 시점부터, 완전히 하차하여 더 이상 차량의 직접적인 위험권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순간까지를 통틀어 승객으로 보기도 합니다.
실제 사건 중에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해 잠시 차에서 내려 사고 상황을 확인하던 사람이 2차 사고를 당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차량에서 내려섰으니 승객이 아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당 사건의 법원 판결은 “아직 차량의 직접적 위험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태였다”는 이유로 여전히 승객으로 인정했습니다. 즉, 하차해도 그 차가 제공하는 위험구역 안에 있는 한 ‘승객’ 범주에 포함된다는 취지입니다.
2. 대법원 사례: 고속도로 2차 사고에도 승객 인정
특히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6다18303 판결이 대표적입니다. 관광버스가 1차 사고로 멈춰 선 상황에서, 승객이 차 밖으로 나와 갓길에 서 있다가 2차 사고에 휘말려 사망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해당 승객이 완전히 안전지대로 이동하여 더 이상 버스의 운행 위험에 속해 있지 않았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2차 사고 시점에도 여전히 ‘운전자의 보호 범위 안에 들어 있었다’고 보아 승객 지위를 유지한 것으로 판시했습니다.
이 사례는 우리가 ‘승객’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차량 내부는 물론, 가까운 바깥 공간에 머물더라도 운전자의 운행으로 인한 위험에 여전히 노출된 상태라면 승객성(性)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3. 승객의 고의·자살행위: 어디까지 면책이 가능할까
자배법 제3조 단서에 따르면, 승객이 스스로 고의나 자살 목적으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만 운행자가 면책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고의’라는 개념은 단순히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만으로 충족되는 게 아닙니다. 승객이 온전히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통해 의식적으로 자기 목숨을 끊으려 했거나, 사고를 야기하려고 작정한 경우에 한정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CCTV나 블랙박스 등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면, 그 사망 사고는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승객이 단지 위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뛰어내렸다면, 이를 운행자를 면책시키는 ‘자살행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4. 강제적 상황에서의 뛰어내림, 자살행위로 볼 수 없는 이유
실무에서 종종 문제가 되는 것은, 운전자나 동승자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승객이 차량 밖으로 탈출하다 사고가 난 경우입니다. 예컨대, 운전자가 무리하게 감금·폭행을 가하며 계속 달리는 차에서 내려주지 않는다면, 승객이 느끼는 위협은 극도로 커질 것입니다. 이때 승객이 차량 문을 열고 뛰어내려 부상했다면, 이를 “본인이 고의적으로 사고를 야기한 자살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요?
판례는 이러한 상황을 자살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타인의 범죄적 행위를 피하려고 탈출을 시도한 것은 비정상적인 극한 상황의 산물이지,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기초한 스스로의 ‘고의적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결국 운행자의 강압적 행동이 사고 원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면, 운행자는 책임을 면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5. 운전자 입장에서의 시사점: 면책 주장, 신중한 검토 필요
운전자로서는 승객이 부상을 당했을 때 “본인이 자살 목적으로 뛰어내린 것”이라는 식으로 면책을 주장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판례와 사례들을 보면, 법원은 사고 경위를 다각도로 검토해 승객이 과연 자발적·의식적으로 그런 행위를 했는지 매우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짧은 시간 동안 승객이 다급하게 행동한 것인지, 폭행이나 협박을 받았는지, 운전자가 현장을 신속히 정지하거나 안전 조치를 했는지 등 여러 정황을 살핍니다. 그 결과, 단순히 “승객이 스스로 뛰어내렸으니 고의 또는 자살행위다”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인정받기 쉽지 않습니다.
6. 결론: 승객 개념과 고의성 판단의 중요성
결론적으로, 자배법에서 말하는 승객은 생각보다 폭넓게 해석되며, 사고 발생 시점에 완전히 차량의 위험범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한 계속해서 운행자의 보호 대상이 됩니다. 또한 운행자가 자배법 제3조 단서에 따른 면책을 주장하려면, 승객이 ‘명백히 자살하려고 했다’거나 ‘자발적·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운전자는 “차량 안에 있지 않으니 승객이 아니다”라는 안일한 생각이나 “본인이 뛰어내렸으니 자살행위 아니냐”라는 주장을 하기 전에, 실제 법원에서 어떤 식으로 상황을 판단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사고 직후 증거 확보 및 사실관계 확인을 꼼꼼히 진행하고, 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