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배법상 손해배상, 면책 요건과 사례 한눈에 살펴보기

1. 개요: 무과실책임과 면책의 의미

교통사고 분쟁에서 ‘자기차량보유자’(운행자)가 지게 되는 손해배상책임은 매우 엄격합니다. 특히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 제3조에 따라, 피해자가 발생하면 운행자는 원칙적으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이른바 ‘무과실책임’에 가깝게 취급됩니다. 그런데도 자배법에서는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여, 보유자가 일정 요건을 모두 증명하면 손해배상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요건이 매우 까다롭고, 실제로 이를 인정받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2. 자배법 제3조 단서의 면책구조: 승객과 비승객의 차이

자배법 제3조 단서를 살펴보면, 피해자가 ‘승객’인지 혹은 ‘승객이 아닌 제3자’인지에 따라 면책사유가 구분됩니다.

비승객이 사망 또는 부상한 경우(제3조 단서 제1호)

보유자와 운전자가 운행상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나 제3자의 고의·과실이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또한 차량 자체에도 결함이나 기능 이상이 없었음을 입증해야만 합니다.

승객이 사망 또는 부상한 경우(제3조 단서 제2호)

승객 본인의 고의나 자살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고가 났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즉, 비승객 사고인 경우에는 ‘(1) 운전자·보유자의 무과실, (2) 제3자 또는 피해자의 유책, (3) 차량 자체의 결함 부재’라는 세 가지를 모두 입증해야 하며, 승객 사고에 대해서는 ‘승객의 고의나 자살’이라는 훨씬 제한된 요건을 충족해야 비로소 책임이 면제됩니다.

3. 구체적 사례: 블랙박스 자료로 인정된 면책

옛날에는 면책을 주장하기가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법원은 통상 운행자의 ‘관리·감독 소홀’이나 ‘예견 가능성’을 무겁게 보았기 때문에, 운행자가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증거를 제대로 갖추기 전에는 책임을 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차량에 블랙박스가 거의 필수적으로 장착되면서, 현장의 실질적인 영상이 제출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를테면, 밤중에 무단횡단을 시도하던 보행자가 신호를 완전히 무시하고 달려들었고, 운전자 입장에서도 전조등을 켜고 규정 속도를 준수하며 주의의무를 이행했다는 사실이 블랙박스 영상으로 명백해진 사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보행자의 명백한 과실이 영상으로 확인될 때, 법원은 운행자의 주의 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하여 면책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승객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블랙박스나 CCTV를 통해 밝혀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승객이 갑작스럽게 운전석쪽 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장면이 명확히 촬영되었고, 해당 승객의 과거 자해 시도나 극단적 선택에 관한 의학적 기록이 함께 제시된 경우 법원에서는 승객 본인의 자살행위를 사고 원인으로 판단하여 보유자 측의 책임을 배제한 예가 있습니다.

4. 면책 요건 입증의 어려움: 충족해야 할 세 가지

비승객 사고에서는 운행자가 아래 세 항목 모두를 충족해야 면책이 가능하므로, 실제로 이를 다 갖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1. 운행자·보유자의 과실 부재: 운행 중 속도 준수, 전방주시, 도로사정에 맞는 방어운전 등을 했다면, 블랙박스와 주변 CCTV, 목격자 진술 등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2. 피해자(또는 제3자)의 고의·과실: 피해자 혹은 타인의 부주의, 무단횡단, 신호위반, 무면허운전 등을 뒷받침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3. 자동차 구조·기능상의 문제 없음: 차량 점검 이력, 정기적인 정비기록 등을 통해 사고 당시 차량에 결함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특히 승객이 아닌 보행자 측이 사고를 유발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정확히 어떤 예방 조치를 취했고 어떤 식으로 사고가 발생했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해야 하므로 더욱 체계적인 준비가 요구됩니다.

5. 결론: 까다롭지만 철저히 준비하면 가능

결국 자배법상 무과실책임 체계 아래에서 면책이 인정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보유자 입장에서는 “운행자가 결코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고, 피해자 스스로 사고를 유발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사고 현장에 관한 모든 자료를 꼼꼼히 수집해야 합니다. 블랙박스 영상이나 사고 직후 촬영한 사진, 목격자 진술, 차량정비내역 등 자칫 소홀히 할 수 있는 증거들도 빠짐없이 확보해야만 합니다.

실무에서는 블랙박스가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적절한 증거만 있다면 면책이 인정될 수 있지만, 요건 하나라도 빠지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우므로, 해당 사고가 발생했다면 곧바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전략적으로 증거 수집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위와 같은 요건과 사례를 잘 파악하고, 교통사고 분쟁 시 자배법상 책임 구조를 정확히 인식한다면, 불합리한 손해배상을 피하고 분쟁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