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이 줄었다고 해서 가동기간도 줄어드는 건 아니다?

1. 요약 압축

교통사고 같은 불법행위 피해자의 일실수입을 산정하려면, 피해자가 앞으로 얼마나 살아서 수입을 얻을 수 있었을지(즉 ‘기대여명’)를 전제로 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평균수명을 나타내는 통계(주로 ‘한국인 간이생명표’)를 쓰지만, 개인적 사정(건강 상태나 기왕증, 중상을 당해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 등)이 있으면 평균여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 여명이 단축된다고 해서 가동기간 자체가 무조건 줄어드는 건 아니며, 사고 후 상해가 어느 정도 여명을 단축했는지에 대해선 의학적 감정을 통해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

2. 기대여명(평균수명), 어떻게 정하나?

1. 통계청 자료 활용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여명(평균수명)은 통계청이 정기적으로 조사·발표하는 ‘한국인 간이생명표’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법원은 이를 ‘현저한 사실’(즉, 재판에서 별도의 증거 없이도 공지된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2.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

예컨대, 피해자가 이미 중증 질환을 앓아 기대여명이 짧을 가능성이 높다거나, 치사량 농약을 마신 적이 있었다면, 일반 건강인을 기준으로 한 생명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엔 “사고 당시 그 사람의 실제 건강 상태와 이후 회복 가능성, 후유증 여부” 등을 따져, 일반인과 다른 여명을 설정해야 합니다.

3. 여명단축, 무조건 인정되는 건 아니다

1. 중상이라고 자동으로 수명이 짧아지는 건 아님

피해자가 중태에 빠졌거나 상당히 심한 후유증이 남았다고 해서, 반드시 보통사람보다 수명이 짧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현대 의학이 발달해서, 노동능력을 전혀 못 쓰는 ‘식물인간 상태’라도 수십 년 생존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2. 정말 단축됐다면 의학 감정으로 확인

여명이 단축됐음을 주장하려면, 의료 전문가가 “신체 상태상 수명이 크게 줄어든다”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내놔야 합니다. 현실에선 감정 결과가 “추가 생존기간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거나 “단정 불능”이라고 회신하는 경우도 많아, 법원은 이 부분을 매우 신중하게 심리합니다.

3. 가동기간과 여명은 다른 개념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육체노동을 할 수 있는 시점을 60세 정도로 본다면, 그 뒤로는 소득이 없다는 가정하에 손해배상액을 계산합니다(가동기간 = 60세까지). 그런데 만약 기대여명이 단축되어 50세쯤 사망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 “60세까지 근로가 가능했으리라”는 가정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이는 법률적 평가와 통계적 가능성이 섞여 있는 문제라, 실제로 여명단축이 인정된다고 해서 가동기간을 곧바로 축소할 수 있다는 결론은 아니라는 게 판례의 견해입니다.

4. 구체적 사례

사례 1: 평소 기왕질환이 없던 40대 남성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평균여명 이하로 살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을 받지 않았다면, 법원은 보통사람처럼 60세까지 가동 가능성을 가정할 수 있습니다.

사례 2: 이미 중증 심장질환자가 사고로 크게 악화되어서 의료진이 “이분은 2~3년 내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면, 일반인의 평균여명이나 가동기간을 곧바로 적용하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5. 정리: 기대여명 판단, 신중해야

결론적으로, 교통사고로 생긴 신체손해를 평가할 때 **‘가동기간 = 기대여명’**이라는 전제하에 일실수입을 계산하는 실무 관행이 있긴 하지만, 여명단축 문제는 쉽지 않은 이슈입니다.

원칙: 통계청 생명표상 평균여명을 기준.

예외: 피해자가 이미 중한 질환을 앓아 사망 위험이 높아진 등 ‘특별사정’이 있는 경우, 의료 감정을 통해 여명을 달리 산정할 수 있음.

주의: 식물인간 상태 등 극심한 장애가 있더라도, 곧장 여명단축을 단정할 수 없고, 만약 의사가 ‘여명단축’ 감정을 했어도 기간을 특정하기 어려운 때가 많아, 법원은 신중히 판단한다.

결과: 여명이 줄어든다고 해서 “바로 가동기간이 짧아진다”는 건 아니므로, 사고 손해배상 계산 때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