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중 사고, 차량 주인은 어디까지 책임질까?

1. 음주 후 대리운전, 소유자도 책임인가?

술자리를 마치고 “운전이 불가능하니 누군가 대신 운전해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은 흔히 발생합니다. 예컨대 주점 직원이나 친구가 차량 키를 건네받아 운전대를 잡았다면, 그 차량은 여전히 ‘원래 소유자’를 위해 운행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일반적으로는 “차량을 맡긴 소유자가 운행지배·이익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이유는 차량이 계속 소유자 명의로 운영되고, 운전을 부탁한 목적 역시 소유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2. 주점 직원이 운전해도 달라지지 않는 책임

가끔 “주점의 지배인이나 직원이 직접 차를 운전해 줬는데, 그 사람이 사고를 냈다”며 자신은 책임을 면하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대리운전을 부탁한 소유자는 대리운행을 통해 발생한 이익(차량 이동, 안전 귀가 등)을 누리고 있다고 봅니다. 결국 사고로 인한 피해자와의 관계에서는, 소유자가 자배법(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운행자로 책임지는 구도가 흔히 형성됩니다.

3. 유상 대리운전 계약이 있는 경우

그런데 대리운전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은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예컨대 대리운전 어플을 통해 기사를 호출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형식으로 운전 서비스를 받았다면, 그 회사의 직원이 운전하는 동안 소유자가 단순 ‘동승자’에 가깝다고 볼 여지가 커집니다. 왜냐하면 이 경우 소유자는 차량 운행에 대한 지배권을 넘겨주고, 유상 계약에 따라 업체가 전적으로 운행을 책임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소유자 본인이 다쳤다면, 자배법상으로 소유자가 스스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공유한다’고 보기 어려워집니다. 다시 말해, 사고 발생 시 대리운전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차량을 사실상 운영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입니다.

4. 사례로 보는 차이점

사례 A: 무상 대리운전

음주 후 귀가하려고, 주점 직원에게 “부탁인데 우리 차 좀 운전해 달라”며 키를 건넸습니다. 주점 직원은 별도의 계약이나 비용 없이 호의적으로 운전을 해줬습니다. 귀가 도중 사고가 발생해 제3자가 크게 다쳤다면, 피해자는 차량 소유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리운전을 시켰다 하더라도, 법률적으로는 소유자가 계속 차를 ‘운행’하는 상태로 보기 쉽기 때문입니다.

사례 B: 유상 대리운전

차량 소유자가 전문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불렀습니다. 기사는 회사 소속으로 파견되어 차량을 운전하고, 소유자에게 요금을 청구합니다. 운전 중 기사 과실로 사고가 발생해 소유자 역시 부상을 당했다면, 소유자는 대리운전업체에 대해 “유상 계약으로 당신들이 운행을 맡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내부 관계에서는 소유자가 운행 이익을 향유하는 주체라기보다는 대리운전 서비스의 ‘동승인’에 불과하므로, 사고 책임은 업체 쪽이 주로 부담하게 됩니다.

5. 대리운전 사고에서 소유자가 유의할 점

1. 무상 대리운전의 위험성: 주변 사람 또는 주점 직원이 호의로 운전해 줄 때, 별도의 보험 가입이나 계약 체계가 없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때 사고가 나면 차량 소유자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2. 전문업체와 계약의 안전성: 유상으로 대리운전을 이용할 때는 해당 업체가 영업배상책임보험 등에 가입해 있는지 미리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업체가 보험사를 통해 피해를 배상하거나, 소유자의 피해도 일부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자동차보험 특약 활용: 최근에는 ‘대리운전 특약’을 두는 보험 상품도 존재합니다. 이런 특약이 있으면, 대리기사가 운행 중 낸 사고의 일정 부분을 보상받을 수 있으니, 미리 보험사에 확인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6. 정리: 무상·유상 대리운전에 따른 책임 차이

요약하면, 음주나 피로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타인이 운전대를 잡았을 때, 그 운전자가 별도의 유상 계약을 통해 파견된 전문 기사인지, 아니면 단순 호의로 운전해 준 사람인지에 따라 소유자의 법적 지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무상 대리운전: 소유자는 여전히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기가 쉽습니다.

유상 대리운전: 사고가 발생해 소유자 자신이 다친 경우, ‘소유자는 동승자에 불과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대리운전 업체가 유상 계약에 따라 차량을 운행해 주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대리운전을 이용할 때는, “사고가 나면 누가 법적 책임을 질 것인가?”를 미리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무상이라면 편할 수 있지만, 실제 사고 때 소유자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반면 유상 대리운전을 정식으로 계약했다면, 업체 측이 운행에 대한 책임을 상당 부분 부담하게 됩니다. 따라서 안전을 위해선, 음주운전을 피하되, 전문 대리운전 서비스를 적절히 이용하고 보험 문제도 충분히 점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