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는 차량, 함께 책임질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교통사고 로펌 댓글 0건본문
정경일 변호사의 교통사고 로펌 | |
함께 쓰는 차량, 함께 책임질까? 교통사고소송실무 | |
http://j.tadlf.com/bbs/board.php?bo_table=page6_3&wr_id=438 |
함께 쓰는 차량, 함께 책임질까?
1. 공동운행자란 무엇인가?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해 차량에 법률적으로 두 명 이상의 ‘운행자’가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배법(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서는 차량 운행을 지배·관리하는 사람을 운행자로 봅니다. 그리고 특정 차량에 대해 동시에 혹은 시차를 두고 운행자 지위를 갖는 사람이 여러 명 존재할 수 있는데, 이를 통칭해 ‘공동운행자’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가정용 차량부터, 사업 목적으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관리·운행하는 차량까지 형태가 다양합니다.
2. 동시적 공동운행자 vs. 이시적 공동운행자
법률 실무에서는 공동운행자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1. 동시적(同時的) 공동운행자
여러 사람이 같은 시점 또는 기간 동안 차량을 함께 운행하거나 관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컨대 친구들이 여행을 가기 위해 렌터카 한 대를 빌린 뒤, 서로 번갈아 운전을 맡고 비용을 나누어 부담하는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가족들이 1대의 차량을 가정용으로 공용하면서, 사실상 모두가 운행에 대한 지배권을 갖는 경우도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인이 공동의 목적—예를 들어 휴가 여행이나 업무 수행—을 위해 함께 차량을 활용할 때, 이들은 서로 ‘운행자’ 지위를 공유하게 됩니다.
2. 이시적(異時的) 공동운행자
이 경우에는 운행 지배권이 시차를 두고 여러 명에게 순차적으로 인정됩니다. 가령 자동차 임대업자가 차량을 소유·등록해 운행이익과 지배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임차인 역시 임대 기간 동안 차량을 직접 운행하고 관리하게 됩니다. 즉 임대업자가 간접지배를 놓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이 실질적인 직접지배를 행사하는 형식입니다. 비슷한 예로는 차량 대주(貸主)와 차주(借主)가 함께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도 있습니다. 무단으로 차량을 가져다 쓰는 ‘무단운전자’가 생긴 상황에서도 원래 보유자(차량 소유자)와 무단운전자가 동시에 운행자성이 인정될 수 있어, 결국 두 사람이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3. 실무에서의 사례와 분쟁 포인트
가족이 함께 쓰는 차량: 가령 부모와 성인 자녀가 한 대의 차량을 공유하면서 비용도 분담하고, 운전도 번갈아 한다면 사실상 동시적 공동운행자로 볼 여지가 큽니다. 사고가 났을 때 운전한 사람 외에 다른 공동운행자 역시 피해자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친구들과의 여행 렌터카: 친구 세 명이 여행을 위해 렌터카를 빌렸다면, 그중 한 사람만 임차계약에 이름을 올렸어도 나머지 두 사람도 차량 운행에 관여하고 있었다면 공동운행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는 “서로 공통의 목적으로 차량을 이용하고 비용을 나누는 등 운행 지배권을 공유했다면, 동승자도 운행자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렌터카 회사(소유자)는 간접지배를, 임차인은 직접지배를 행사합니다. 임차인이 운전 중 사고를 냈을 때, 피해자는 임차인뿐 아니라 렌터카 회사에도 자배법상 책임을 추궁할 수 있습니다. 단, 임대사업자가 완전히 차량 지배를 포기했고 보험 의무 등이 적절히 이행되었다고 인정되는 특수한 경우에는 책임관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중요합니다.
차를 맡긴 수리업체, 세차업체: 일반적으로 내가 차를 정비소나 세차장에 맡겼을 경우, 차 주인인 나는 자동차를 직접 운행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업체 직원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다면, 나를 운행자로 보아 책임을 묻기보다는 해당 업체 측의 운행자성을 우선 인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일시적으로 수탁받은 쪽이 차량 운행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내가 여전히 현장에서 운행을 관장하고 있었다면 공동운행자로 엮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4. 공동운행자의 법적 책임 구조
차량에 대한 운행자 지위가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인정되면, 그들은 피해자에 대해 ‘부진정 연대관계’로 책임을 집니다. 이는 민법상 공동불법행위 규정(민법 제760조)을 유추 적용한 결과인데, 쉽게 말해 피해자는 여러 운행자 중 누구에게든지 책임을 물을 수 있고, 그 중 한 사람이 피해 금액을 전액 변제하면 나머지 운행자에게 일정 부분을 구상(求償)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네 명이 여행을 위해 렌터카를 공동으로 사용하다 사고가 난 경우, 피해자는 운전을 하고 있던 A뿐 아니라 운행자 지위를 함께 가졌다고 판단되는 B, C, D 중 어느 누구를 상대로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A가 전액을 배상했다면, A는 B, C, D에 대해 자신이 부담한 금액 중 일정 부분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5. 공동운행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실제 사건에서는 “과연 공동운행자가 맞는가?”에 대한 다툼이 자주 벌어집니다.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는 보통 ‘공동운행자’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차량 소유자에게 단순 의뢰만 하고, 그 차량 운행과정에 아무런 관여를 안 한 경우: 예컨대 내가 호텔이나 나이트클럽을 이용하면서 주차 대행을 맡긴 경우, 실제 운행 지배권은 주차 요원(업소 측)에게 있습니다. 소유주인 나는 잠시 운행 지배를 포기한 상태로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정비나 엔진오일 교환 등 일시적 점검을 맡긴 경우: 수리업체에 차를 맡기는 순간, 차량 운행에 대한 실질적 권한은 업체 측으로 넘어갑니다. 차주는 그 운행을 직접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운행자로 묶여서 책임을 지는 상황은 보통 발생하지 않습니다(물론, 차주가 현장에서 운전에 직접 개입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6. 정리: 운행지배 여부가 핵심
공동운행자 문제는 결국 “이 차량에 대해 누구(또는 누구들)가 운행지배를 하고 있었는가?”를 파악하는 데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차량을 함께 쓰면서 동시에 또는 시차적으로 그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그들은 모두 자배법상 책임을 질 수 있는 운행자가 됩니다.
피해자는 이러한 구조를 잘 이해해야, 배상 청구 대상을 정확히 특정하고 실제로 배상을 받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사고 당시 상황(차량이 어디서부터, 누구 지시에 따라, 어떤 목적으로 운행되었는지)을 꼼꼼히 파악해야 합니다. 공동운행자 관계로 인한 분쟁은 법원의 판단에서도 매우 섬세한 접근이 이루어지므로, 사안에 따라 전문 법률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적으로, 교통사고에서 공동운행자 개념이 적용되면 2인 이상이 같은 차량 사고에 대해 책임을 함께 지게 됩니다. 이는 자배법의 입법 목적—교통사고 피해자의 신속하고 충분한 구제를 확보하기 위함—을 충실히 반영한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량을 함께 쓰는 사람들끼리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이 어떻게 분담되는지 미리 인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수리나 세차 등으로 일시적으로 차를 맡길 때에는 사고가 나더라도 공동운행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음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결국 핵심은 “누가 사고 당시 차량을 사실상 지배·관리하고 있었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는 법적 분쟁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는 요소임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