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배상Ⅱ, 무면허운전은 언제 면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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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배상Ⅱ, 무면허운전은 언제 면책될까?”
1. 무면허운전 면책조항, 어떻게 시작됐나
자동차보험 약관에는 흔히 ‘무면허운전 중 발생한 사고는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 조항이 “무면허운전 사고는 사고 원인과 무관하게 무조건 면책한다”라고 쓰여 있어, 과연 합당한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컸습니다.
대법원은 1991년 12월 24일 선고(90다카238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 약관을 그대로 적용하면 피해자가 부당하게 보호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렇다고 무면허운전 사고 자체를 전혀 면책하지 않는 건 아니며,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해당 무면허운전을 통제·관리할 수 있는 상황(즉, 명시적·묵시적으로 승인한 경우)**에서만 면책이 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후 1996년 8월 1일, 약관이 개정되어 지금과 같은 형태—즉, “피보험자 본인이 무면허 운전했거나, 기명피보험자의 승인하에 무면허운전 중 사고를 낸 경우에만 면책”—가 규정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2. ‘무면허운전’이란 정확히 어떤 상태일까?
표준약관에서는 ‘무면허운전’을 도로교통법이나 건설기계관리법상의 운전(조종)면허 규정을 위반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예컨데 면허 취소·정지 기간인데 운전했다거나, 아예 면허를 따지 않은 사람이 차를 몬 경우 모두 해당됩니다.
대법원은 “이 면책조항은 사고가 무면허로 인해 발생했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사고 시 무면허 상태였다는 점’ 그 자체를 중시하는 것”이라며, 운전자가 자기 무면허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면허 정지 사실을 인지 못한 상태라 하더라도, 실제 정지 기간이면 ‘무면허’로 간주됩니다.
3. 승인이 문제: 명시적 vs. 묵시적
그러나 약관은 무면허운전을 이유로 단순히 무조건 면책하는 건 아닙니다. **‘명시적·묵시적 승인’**이라는 개념이 들어가는데, 이 승인 주체는 **‘기명피보험자(또는 보험계약자)’**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명시적 승인: “그래, 너 무면허인 건 알지만, 내 차 운전해도 좋아.”라고 분명히 허락한 경우.
묵시적 승인: 사실상 무면허운전을 알면서도 특별한 제지 없이 묵인하거나, 평소 관행으로 줄곧 허용해 온 경우.
다만 법원은 “묵시적 승인이라고 인정하려면, 명시적 승인에 준할 정도로 승인 의사가 추단될 수 있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그저 함께 차를 쓰는 사이인 걸로는 부족하고, ‘당사자가 무면허 사실을 알고도 그냥 넘어갔다’는 정도가 드러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4. 승낙피보험자가 또다시 허락했다면?
흥미로운 쟁점은, “승낙피보험자(기명피보험자가 허락해 운행하는 사람)가 다시 다른 무면허운전자를 허락했다면, 면책이 될까?”라는 부분입니다. 대법원은 그건 면책사유가 아니다라고 봅니다. 즉, 오직 기명피보험자(또는 보험계약자)의 승인만이 약관 면책을 발동시키는 ‘승인 주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씨(기명피보험자)가 B씨에게 차 운전을 허락했고, B씨가 무면허인 C씨에게 차를 운행하게 맡겼다면, B씨의 승인만으로는 면책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A씨가 몰랐다면, 면책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5. 예외: 기명피보험자가 무면허 사실을 몰랐다면?
기명피보험자(또는 계약자)가 차량을 빌려주긴 했어도, 상대방이 무면허 상태란 걸 도저히 알 수 없는 특수 사정이 있었다면, 법원은 이 면책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합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실제 면허증을 위조해 보여줬고, 피보험자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확인했음에도 속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약관상의 ‘고지·주의 의무’ 등을 미리 다했는데도 피보험자가 무면허 상태를 인지할 수 없었다면, 사고 발생 시 일반적인 면책사유로는 취급되지 않는 것이죠.
6. 마무리: 무면허운전, 무조건 면책은 아니지만 위험 크다
요약하면, 대인배상Ⅱ에서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지금껏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는 기명피보험자(또는 보험계약자)가 무면허운전을 명시적·묵시적으로 승인한 경우에만 면책사유가 확실히 인정됩니다. “승낙피보험자의 또 다른 승인” 같은 간접 승인으로는 면책 효과가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실제 무면허운전을 묵시적으로 허용한 사실이 인정되면, 보험사가 배상책임을 거절할 수 있음을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 또한, 만약 허락 없이라면 면책은 되지 않으나, 그 피해 보상을 둘러싸고 또 다른 쟁점이 생길 수 있으니, 실무에서는 정확한 허락 여부, 무면허 사실의 인지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결국, 무면허운전은 사고 발생 시 법적으로나 실무적으로도 상당히 위험하고 불리한 상황을 초래한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