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배상Ⅰ에서 말하는 ‘다른 사람’은 누구일까?”

1. 자배법의 보호 대상: 타인이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인배상Ⅰ(강제책임보험)은 자동차 운행 중 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합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개념이 바로 ‘다른 사람(타인)’이라는 말입니다.

즉, 보상을 받을 수 있으려면, 피해자가 「표준약관 제4조」가 규정한 ‘피보험자’를 제외한 ‘그 밖의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죠. 운행자 본인이 사고로 피해를 입었다 해도, 그 운행자 스스로가 피보험자라면, 대인배상Ⅰ에서 말하는 ‘다른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2. 동일 사고에 피보험자가 복수인 경우, 한 피보험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문제는 실무에서 “같은 차 사고로 여러 피보험자가 함께 책임을 지게 된 상황”인데, 그중 한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 사람은 과연 ‘타인’임을 주장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피보험자 간에는 서로 타인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고 당시 구체적 운행 지배나 이익이 어느 한쪽에게 주도적·직접적으로 귀속됐다면, 사고를 당한 피보험자가 스스로를 ‘다른 사람’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운행 지배권이 피해자 쪽에 거의 없고, 상대방 피보험자가 사실상 모든 운행 지휘·이익을 독점하고 있었다면, 피해자 피보험자는 “나는 타인”이라며 대인배상Ⅰ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죠.

3. 동거친족도 타인일까?

또 한 가지 논란이, 기명피보험자(가령 남편)와 동거 중인 배우자나 친족이 사고로 다쳤을 때 그 배우자(또는 친족)가 ‘타인’으로 취급돼 보상을 받을 수 있냐는 것입니다.

법원은 “친족이라고 해서 대인배상Ⅰ 보상에서 배제하는 건 부당하다”라는 논리를 취했습니다. 부부라 해도 경제적 독립성을 가질 수 있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보상을 막아버리는 건 합당치 않다는 얘기죠. 따라서 동거 중인 배우자나 친족이라도, 대인배상Ⅰ 보상 대상인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족의 경우 운행 목적을 공유하는 상황이 많아, ‘사실상 공동 운행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소지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관점에서 과실상계나 운행자성 인정 등을 통해 보상 액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됩니다. 즉, 아무런 과실이 없는 제3자보다는 보상액이 줄어드는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거죠.

4. 구체적 예시: 부부 공동 운행 상황

예를 들어, 남편(기명피보험자)이 아내와 함께 장거리 운행하던 중 사고가 났는데, 아내가 운전 교대를 하거나 서로 번갈아 운행 지휘를 했다면, 아내 역시 어느 정도 “운행 지배”를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아내가 사고로 크게 다쳤다면, 대인배상Ⅰ 보상 대상인 ‘타인’이 되는지 여부가 애매할 수 있는데, 법원은 구체적 사안을 살펴 “아내가 단순히 탑승자 지위였다면 타인으로 취급돼 보상해줘야 하고, 운행을 공동 지배했다면 일정 부분 운행자책임도 있다”며 보상액을 일부 감경할 수도 있습니다.

5. 정리: 폭넓은 ‘타인’ 보호, 하지만 운행자성 판단도 중요

자배법은 본래 “운행자가 본인 사고로 다친 건 빼고, 남을 다치게 한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이므로, 대인배상Ⅰ 보상 범위를 ‘피보험자를 제외한 타인’으로 잡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피보험자끼리 사고가 난 때에도 운행 지배나 이익관계 등을 면밀히 따져보면, 피해를 입은 피보험자가 “내가 ‘타인’에 가깝다”고 주장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배우자·동거 친족이라 해도, 신분상 이유만으로 보상에서 배제하는 건 부당하므로 대인배상Ⅰ을 적용받을 수는 있으나, 실제 운행에 참여한 정도(운행자성)에 따라 과실이 인정되면 보상 금액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6. 맺음말: 타인성·운행자성, 섬세한 판단이 필요

결론적으로, 대인배상Ⅰ에서 “다른 사람(타인)”의 범위는 단순히 “이 사람이 피보험자 명단에 있는지 없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사고 상황에서 운행을 주도했는지, 공동 운행자였는지 등 여러 요소가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동거 가족이나, 같은 사고에 책임지는 피보험자가 여러 명이 있을 때는 더욱 복잡해지므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합당한 보상을 받으려면, 본인이 타인에 해당하는지 혹은 공동 운행자였는지 등을 법률적으로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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