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약관, 변경되었다고 해서 기존 계약에 자동 적용될까?”

1. 약관 변경, 기존 계약에 바로 미치지 않는다

보험사가 자기 약관을 중간에 변경하더라도, 이미 체결된 보험계약에는 새로운 약관이 곧바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흔히 “약관이 바뀌었다니, 기존 계약도 똑같이 바뀌는 건가?” 하고 오해하곤 하지만,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즉, 계약을 맺을 당시에 적용됐던 구약관(舊約款)이 계속 효력을 유지하며, 만약 새로운 약관을 적용하려면 보험사와 계약자 사이에 별도의 합의(“앞으로 변경 약관을 따른다” 등) 또는 제도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2. 계속 반복 거래라면? 고지 없이 바뀐 약관은 무효

대법원은 특히, 보험계약자가 일정 기간마다 같은 종류의 계약을 반복 체결하면서 장기적으로 거래하는 경우를 주목했습니다. 이때 보험사가 중간에 약관을 더 불리하게 변경했다면, 그 사실과 구체적 내용을 계약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죠.

예를 들어, 1년 만기 후 자동 재가입이 계속되는 자동차보험 같은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보험사가 어느 시점에 약관을 개정해 책임 범위를 축소했다면, 다음 번 계약 때 ‘이 부분이 바뀌었고, 어떤 점이 변경됐는지’는 알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이를 알리지 않고 재계약이 이뤄졌다면, 법원은 “여전히 종전약관이 적용되는 계약이 성립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3. 구체적 사례: 책임범위 줄인 약관, 통지 안 했다면

가령, 손해보험사 A사가 자동차보험 약관을 바꿔서 음주운전 발생 시 보장범위를 더 축소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계약자가 자동차보험을 갱신할 때, 보험사 측이 전혀 말해 주지 않고 보험증권만 ‘툭’ 건네줬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 자동차사고가 생겨 분쟁이 일어났을 때, 법원은 “음주운전에 대한 보장 축소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면, 계약자는 본인이 예전과 같은 조건으로 보장받는다고 생각했을 공산이 크다”고 보아, ‘구약관 적용’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 측이 고지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했으므로, 더 불리해진 신약관을 도입했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4. 정리: 보험약관 변경 시 중요한 것은 ‘명확한 고지와 합의’

결론적으로, 보험사는 약관을 마음대로 바꿔 놓고도, 계약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이미 체결된 계약”에는 당연히 적용하지 못합니다. 여기에 더해 반복되는 ‘자동 갱신’ 상황에서도, 약관을 변경해 계약자에게 불리해지는 내용을 만들어 놓았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알리는 절차를 밟아야만 그 약관이 새롭게 계약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약관을 통째로 바꾼 뒤, 계약자에게 설명 없이 ‘계속 옛날 계약이랑 똑같을 겁니다’라고 안내하면, 법원에서는 “계약자 동의 없는 약관 변경은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낼 수도 있는 겁니다. 보험소비자 보호와 신의칙상의 설명 의무라는 측면에서도, 이는 당연한 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맺음말: 약관 변경, 무조건 적용되는 건 아니다

요약하면, 한 번 체결된 보험계약에 중간에 변경된 약관이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반복계약(예: 매년 갱신되는 자동차보험) 관계에서, 보험사가 약관을 바꿨다면, 그 불리한 변경 내용을 계약자에게 알렸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실제 분쟁에서는 “변경 약관이 계약자에게 적절히 고지되었는지, 그리고 계약자가 이를 수용하겠다고 동의했는지”가 초점이 됩니다. 따라서 보험사가 임의로 약관을 바꾼 뒤에도 계약자에게 충분한 안내와 동의를 받지 않는다면, 그대로 적용은 어렵다는 점을 꼭 유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