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vs. 피보험자, 보험금 청구권은 어떻게 나뉘나?”

1. 서로 다른 두 권리, 함께 존재한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가해자(피보험자)는 자신의 책임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을 권리가 있고, 피해자 역시 보험사를 상대로 직접청구권을 행사해 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둘 중 어느 쪽이 우선이고, 서로 간에 어떤 관계가 성립할까요?

과거에는 “피해자가 보험금 청구를 하면, 가해자의 청구권은 소멸하나?” 같은 오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법리에서는 피해자의 직접청구권과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이 서로 독립해 병존한다는 결론이 뚜렷해졌습니다. 단 한 번 사고가 나 보험금 지급 사유가 생기면, 이제는 “보험계약이 뒤늦게 취소·변경되었다” 해도 이미 발생한 피해자의 권리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죠.

2. 상법상의 근거: 제724조와 ‘우선권’

상법 제724조는 책임보험에 관한 주요한 규정을 담고 있습니다. 제1항을 보면,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피해가 생긴 경우, 그 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제3자가 (즉, 피해자가) 배상받기 전에는 함부로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전부나 일부 지급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이 가해자(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보다 우선하는 효과를 가진다는 의미지요. 이는 피해자를 신속·확실히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운행자(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마음대로 수령해 버리면, 정작 피해자 몫의 배상이 빠듯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3. 예시: 사고 후 보험계약 해지되면?

가령 운전자 A가 사고를 낸 뒤 “이미 사고 났으니 보험 필요 없다”며 계약을 해지하거나, 혹은 보험사와 가해자가 계약 변경을 체결했다고 합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피해자가 사고로 인한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시점에는 이미 그 권리가 독립적으로 ‘발생’해 있었으므로, 당사자 간 계약 해지·변경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실제로 보험사 입장에서도, 계약이 해지됐다고 해도 “사고 당시까지 책임이 발생했다면”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을 모른 척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피해자 보호라는 책임보험 본연의 취지가 무의미해지고 말겠지요.

4. “병존하지만 별개”: 한 번 배상하면 끝?

그렇다면 “피해자의 직접청구권”과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이 완전히 별개라면, 둘 다 행사해서 2중 보상을 받는 건 가능할까요? 결론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실제 보상을 받은 범위에서, 두 권리는 같은 손해액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중복 이득을 허용하진 않습니다.

즉, 책임보험 제도는 피해자를 우선 보호하되, 동시에 가해자(피보험자)의 청구권도 존중하지만, 한쪽에서 보험금이 이미 지급되면 그만큼 다른 쪽 권리도 만족되어 소멸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우선순위”가 피해자에게 있다는 점 때문에, 보험사는 가해자에게 먼저 보험금을 주지 못하는 것이죠.

5. 정리: 피해자 보호의 우선 원칙

결국, 책임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손해를 제대로 배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입니다. 이 때문에 법원과 학설은 “사고가 생기면, 피해자는 곧바로 보험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고, 가해자의 보험금청구권보다 우선 보호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합니다.

또 일단 직접청구권이 발생했다면, 가해자와 보험사 간에 무슨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피해자의 권리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가해자가 마음대로 보험계약을 변경·해지하거나, 보험사가 보험금을 먼저 지급해 버려 ‘피해자 몫이 사라지는’ 결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요컨대 피해자와 가해자는 “서로 다른 청구권”을 가지되, 피해자는 그 권리가 발생하면 우선 보호된다는 결론입니다. 이 점을 숙지하고 있어야, 자동차사고나 다른 책임보험 사건에서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