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손해, 언제 위자료로 배상받을 수 있을까?”

1. 위자료, 꼭 신체 침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통 위자료는 ‘생명이나 신체가 훼손된 경우에만 청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751조에 따르면, 신체·자유·명예뿐 아니라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행위도 모두 위자료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곧, 불법행위로 인해서 생명·신체가 아닌 단순 재산 손해를 입었더라도, 그로 인해 정신적 고통이 발생했다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소송 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재산을 멸실·파손시킴으로써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 사례도 종종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내려지곤 합니다.

2. 재산 피해에도 ‘정신적 고통’ 가능?

흔히 “차가 부서지면 수리비만 배상받으면 되지, 심적 피해까지 별도로 인정되겠느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가해자가 고가의 미술품을 파손해 ‘그 작품에 애착을 가진 피해자’가 큰 정신적 충격에 빠졌다면, 재산상 손해만 배상받아서는 충분히 위로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단순 재산 침해라도, 개인의 정신적 상처가 상당히 큰 경우라면 위자료청구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3. 그러나 통상적 재산 침해라면 ‘정신적 손해’까지 보전하기 어렵다

실제 재판에서는 “재산적 손해 배상만으로도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위자료까지 인정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법원은 통상, 돈으로 해결될 성격의 재산 손해라면 배상받은 금액 자체가 심리적 위안을 주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정신적 고통이 추가로 인정되려면, “통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특별한 고통”이 발생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4. ‘특별손해’라는 높은 문턱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재산 침해로 정신적 손해까지 인정받으려면 그것이 “특별손해”에 해당해야 합니다. 이는 곧, 가해자가 “이런 침해를 하면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크게 받을 것”임을 알았거나,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상황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매우 소중히 여기며 ‘부모님의 유품’이라고 계속 밝혀온 사실을 가해자가 알고 있었음에도 일부러 파손했다면, 이는 단순 재산 피해를 넘어서는 정신적 타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체적 사정을 가해자가 알고 있었다면, 법원은 위자료 지급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5. 실제 예시: 희귀 애완동물 파손 사건

가령, 희귀 애완동물을 매우 아끼던 사람이 있었는데, 가해자가 그 애완동물을 죽게 했다고 합시다. 일단 재산적 가치는 애완동물 시세만큼 평가돼 보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생 가족처럼 지낸 반려동물과 갑작스럽게 이별했다”는 정신적 충격은 단순한 경제적 보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일 수 있죠.

만일 가해자가 ‘피해자가 해당 동물을 얼마나 각별히 아꼈는지’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법원에서 위자료 인정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면 가해자가 ‘단순히 동물을 건드렸다’ 정도로만 알았다면, 그 정신적 충격이 예상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6. 정리: 가해자도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나

결국, 재산 침해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위자료로 받으려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특별한 상황이나 애착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재산을 해쳤다는 점이 포인트가 됩니다. 이때 법원은 가해자가 그 특별사정을 몰랐거나 알 수 없었다면, “재산 손해의 배상”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별도 위자료는 인정하지 않는 흐름입니다.

다시 말해,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 재산에 어떤 특별한 의미나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점을 가해자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위자료를 받을 가능성이 열립니다.

7. 맺음말: 정신적 손해, 언제든 주장 가능하지만 문턱은 높다

교통사고와 달리 ‘단순 재산 피해’ 상황에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일이 더러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민법 제751조를 근거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나, 일반적인 재산 침해라면 추가 배상이 쉽지 않습니다. “특별히 큰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과 “가해자가 그 위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비로소 승소 가능성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상적 재물 파손, 기물 훼손 문제로 정신적 피해까지 배상을 요구하는 사건이라면, ‘피해 사실’뿐 아니라 ‘어떤 사정을 통해 큰 심적 상처를 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꼼꼼히 밝히고,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