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중 시운전 사고, 차주도 책임 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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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중 시운전 사고, 차주도 책임 질 수 있나
1. 수리업자에게 맡긴 차량, 운행지배는 누구에게
자동차 수리업체에 차를 맡기면, 보통은 “수리를 위해 필요한 운전(시운전 등)을 하도록 허락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차주는 수리 완성 전까지 차량 관리·운행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우므로, 원칙적으로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수리업자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1.1. 예시 사건
배터리 수리점에 라디에이터 수리를 의뢰하고 열쇠를 둔 채 떠났는데, 무자격 종업원이 제동장치를 건드려 사고를 낸 사례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차주가 무허가 정비업체라는 사실을 몰랐어도, 그걸 이유로 차주의 과실을 곧바로 인정하기 어렵고, 수리기간 중 운행지배는 수리점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열쇠를 꽂아 둔 것만으로도, 차주가 운행을 지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2. 예외: 차주가 ‘운행자’ 지위를 공유하는 특별한 경우
2.1. 수리를 넘어 ‘매매 목적 시운전’까지 허락
만약 차주가 “차를 수리해 달라”는 것뿐 아니라 “이 차를 사겠다고 했으니, 한 번 운행해 보고 가격을 정하라”며 광범위한 사용을 허락했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 수리업자는 수리와 시운전을 넘어, 개인 용도로도 차량을 쓸 가능성이 생깁니다.
2.2. 공동 운행자 인정 사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차주가 “수리업자에게 매매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히 운행해 보라”고 허용했다면, 그 차가 수리업자의 사적 용도까지 쓰일 위험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차주는 “그 자동차가 시운전 목적뿐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운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예상한 셈이고, 그 결과 차주도 여전히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일부나마 보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수리업자와 차주가 함께 ‘공동운행자’ 지위를 갖게 되어, 사고 시 차주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3. 실무적으로 살펴볼 쟁점
3.1. 단순 정비 vs. 추가 용도 허락
정상적인 정비나 시운전 범위를 넘어서 차량을 운행할 여지를 명확히 주었는지 여부가 관건입니다. 예컨대 “그냥 엔진오일 갈고 시운전하시오” 정도라면 차주가 운행을 통제하기 어렵고, 수리업자가 운행 책임을 주도적으로 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필요하면 멀리 가봐도 좋다”거나 “이 차 성능 좀 오래 살펴보고 결제하라”고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3.2. 무자격 수리점, 차주 과실 여부
차주가 무자격 수리점인 걸 몰랐다 해도, 법원은 이를 이유로 차주의 과실을 일률적으로 인정하진 않습니다. “차량을 맡겼으니 관리·지배권은 업체에 있다”는 게 기본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차주가 해당 업체에 대폭적인 운행 재량을 줬다면 공동운행자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기 어렵습니다.
4. 결론
통상 수리업자에게 차를 맡겼을 때 사고가 나면, 수리업자가 자배법상의 운행자로 인정되어 책임을 집니다. 그러나 차주가 수리 이외의 목적으로도 차량 운행을 폭넓게 허락해, 수리업자가 개인 용도로 사용하게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았다면, 차주 또한 운행지배와 이익을 공유한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수리 목적 범위를 어디까지 허락했느냐”, “차주가 사고 전후로 차량 상태나 운행 용도에 관여했느냐”가 사고 책임 귀속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