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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자도 운행자일 땐, ‘타인성’이 부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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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자도 운행자일 땐, ‘타인성’이 부정될 수 있다




1. ‘타인성’이란 무엇인가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타인’이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 피해자가 사고 차량의 운행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지 않는 제삼자여야 한다는 의미죠. 그러나 운행에 직접 관여한 사람이 동승만 했을 뿐이라면, 법원은 그를 ‘단순 동승자’가 아니라 차량의 운행자 또는 공동운행자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률상 ‘타인성’을 부정해 배상책임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2. 타인성 부정이 문제되는 상황들

동승자라면 대개 사고 차량의 운행 지배권을 가지지 않았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때때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직접 소유하거나 빌려온 차량을 다른 사람이 운전하게 했고, 본인은 조수석 혹은 뒷좌석에 앉아만 있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때 사고가 발생하면, 과연 동승자인 피해자가 ‘제삼자’로서 전부 배상을 받을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됩니다.

아래 사례들은 법원이 “그렇지 않다”고 본 구체적 상황들로, 피해자가 차량 운행자성(또는 공동운행자성)을 인정받아 ‘타인성’이 부정된 경우들입니다.


3. 대리운전을 맡긴 뒤 사고가 나면?


사례 요약: A씨가 자기 차를 빌려주었고, 이를 빌린 B씨는 대리운전자 C씨에게 운전을 부탁했습니다. B씨는 동승만 했을 뿐이지만, 사고로 다쳤을 때 A씨에게 “배상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법원 판단: B씨가 A씨의 차량을 빌려온 이상, B씨와 A씨 사이에는 ‘차량 사용’에 관한 권리·의무 관계가 존재합니다. 그 결과, B씨는 사실상 그 차량 운행의 지배·이익을 누리고 있었다고 봐야 하므로, A씨 입장에서 B씨는 타인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다87221)


4. 사실혼 배우자 차량에 친구가 운전


사례 요약: 사실혼 관계인 남녀 중 한쪽이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다른 배우자(피해자)가 빌려서 친구에게 운전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옆자리에 탑승했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사망자의 유족은 차량 소유자인 사실혼 배우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 판단: 피해자가 사실혼 배우자에게서 차량을 빌려 온 시점부터, 피해자는 해당 차량 운행으로 이익을 얻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타인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4다10633)


5. 삼촌 차량 빌려 친구가 운전


사례 요약: 삼촌 소유의 차량을 조카가 빌려 와, 친구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본인은 동승했습니다. 불행히도 사고가 발생해 조카가 사망했는데, 조카 쪽에서 삼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가능했을까요?

법원 판단: “조카가 삼촌의 차량을 빌려 사용하던 중 사고가 났다면, 그 차량 운행으로부터 이익을 받는 사람이 조카 자신”이므로 삼촌과의 관계에서 타인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0다66393)


6. 동생 차량을 형이 빌린 뒤 친구들이 운전


사례 요약: 형이 동생의 차를 빌려 지인들과 여행을 떠났습니다. 운전은 친구들끼리 교대로 했고, 형은 동승했다가 사고로 사망. 이후 형의 유족이 동생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법원 판단: “차량을 빌려 사실상 운행 지배·이익을 형이 누려왔으므로, 형은 동생에 대해 ‘타인’이 아니다.” 이 말은 곧, 동생이 차량 소유주라는 이유로 전부 책임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법원 1992. 3. 13. 선고 91다33285)


7. 계원들의 여행, 거래처 차주가 무상대여


사례 요약: 계(契)를 맺은 여러 사람이 함께 여행하기 위해, 평소 거래하던 실질 차주인 甲에게서 차량을 무상으로 빌렸습니다. 연료비나 운행비용은 계원들이 나눠 냈고, 운전은 계원 중 한 명이 맡았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해 피해자가 사망했습니다.

법원 판단: “차량을 빌린 사람(계주 등)이 실제 운행 지배권을 행사하며, 운행을 통해 이익(이동 편의 등)을 얻었다면, 차량 소유자인 甲에 대해 타인성을 주장하기 어렵다.” (대법원 1991. 7. 9. 선고 91다5358)


8. 정리: 왜 ‘타인성’이 부정되나

위 사례들의 핵심은 “피해자 자신이 차량을 빌려 와, 운행 지배와 이익을 누리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즉, 사고가 난 차량을 사용·관리한 주체이므로, 차량 소유자(또는 명의자)와의 관계에서는 그 피해자가 더 이상 ‘무관한 제삼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에 따라, 자배법 제3조가 정한 “타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배상을 전부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9. 예방법: 빌려 쓰는 차량이면 책임도 함께

만약 일시적으로 차를 빌려 사용하게 됐다면, 그 순간부터 일정한 운행 책임도 지게 됩니다. 이때 사고가 발생해도 “차주가 전적으로 물어주겠지”라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함께 운행 이익을 누렸다면, 법원은 “피해자 역시 운행자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차량을 빌려 사용할 때에는 운전자 선정, 안전관리, 보험 여부 등을 철저히 챙기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운전자가 부주의한 상태(음주, 무면허, 피로누적 등)임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면, 그 책임이 고스란히 나눠질 수 있습니다.


10. 결론: 빌린 차를 운전하지 않아도 ‘운행자’일 수 있다

동승자라는 외형만 보면 마치 ‘단순 피해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실질적으로 차량 운행 권한(운행 지배)을 갖고, 그 이익을 누린 사람이라면, “차량 소유자와의 관계에서 타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나중에 사고가 난 뒤 “왜 내 과실이 크게 잡히지?”라며 당황할 수 있죠.

결국 “차량을 빌려왔고, 운전자에게 운전만 맡겼다”면, 운전대를 잡지 않은 사람이라도 실질적 운행자로서 책임을 질 여지가 큽니다. 교통사고 분쟁에서 억울한 일을 피하려면, 차량 운행의 지배·관리 여부가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리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