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증이 섞인 후유장해, 노동능력상실률은 어떻게 나눠볼까?

1. 사고로 인한 장해에 기왕증이 보태진다면?

교통사고나 불법행위로 후유장해가 생긴 사람 중에는, 이미 몸에 다른 질환이나 결손(기왕증)이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디스크가 진행 중이던 사람이 교통사고로 허리 손상을 더 입게 되면, 도대체 사고가 얼마나 추가로 손해를 일으켰는지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기왕증 기여도를 감안해 최종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출하게 됩니다.

2. 기본 원칙: 기왕증 기여분을 따로 빼내라

기왕증이 사고로 인한 후유장해 일부에만 기여했는지, 아니면 기왕의 장애가 이미 독립적으로 존재했는지 등에 따라 계산 방식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으니, 사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3. 시나리오 (1): 하나뿐인 후유장해에 기여도가 있다

개념: 피해자의 소인(기왕증)이 바로 이번 교통사고로 생긴 후유장해에만 관여하고, 다른 장애는 없다면?

계산법: “사고 장해율 × (1 - 기여도)” 형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시: 감정 결과, “이 장애율 중 20%는 기왕증 때문에 커진 것”이라는 의학적 의견이 있을 때, 사고 후유장해를 30%라고 하면 실제 순수한 사고 기여분은 30% × (1 - 0.2) = 24%가 됩니다.

4. 시나리오 (2): 기여도가 있는 후유장해 + 다른 독립적 후유장해가 함께

개념: 기왕증이 영향을 주는 장애 말고도, 완전히 별개로 발생한 장애가 또 있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척추 손상 중 일부는 기존 질환이 악화된 것이고, 일부는 완전히 새로운 골절로 인한 후유장해일 수 있지요.

계산법: 기왕증 기여도를 반영한 후유장해율을 먼저 구한 뒤, “다른 부위” 후유장해율과 복합계산(잔존 기능률 곱하는 방식)을 합니다.

예시: 허리 디스크 악화로 인해 15%, 또 다른 다리 골절로 10%가 생겼다면, 우선 디스크에 기여한 기왕증 몫을 제한한 최종치가 15%라고 치고, 그 뒤 다리 골절 10%와 복합장해 공식을 써서 “15 + (100-15)×10%”를 합산하는 식입니다.

5. 시나리오 (3): 기존에 이미 독립된 장애(기왕 장애)가 있었다

개념: 피해자가 원래 한쪽 눈이 실명이었다거나, 한쪽 팔을 절단한 적이 있는 상태에서 교통사고로 새로운 장해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계산법: 우선 현재(사고 후) 종합장해율을 구한 뒤, 기존 장해율을 빼주는 방식입니다.

예시: 한쪽 눈 실명(노동능력상실률 24%) 상태에서 척추 부위 장해(30%)가 추가로 생겼다면, 종합장해율을 구한 뒤에서 24%를 공제합니다.

실제 공식 예시: “{30% + [100% - 30%] × 24%} - 24%” = 22.8%가 최종 사고 몫의 장해율이 됩니다.

여기서 30%와 24%를 단순합산하지 않고, 잔존 능력률(70%)에 24%를 곱한 뒤 다시 기왕 장해를 빼는 과정을 통해 중복 계산을 피합니다.

6. 복합장해일 때 주의할 점

(1) 기왕증이 일부 장해에만 적용되는가: 예컨대 허리와 무릎이 모두 다쳤으나, 기왕증은 허리에만 있었다면, 무릎 장해는 그대로 100% 사고 책임으로 본다는 식입니다.

(2) 기왕증 몫을 정확히 알아내기 어려운 때: 의사 감정서에서 기왕증 기여도가 “약 30%” 정도라고만 나온다면, 법원은 이 수치를 바탕으로 자유심증으로 합리적으로 결정합니다.

7. 구체적 사례로 정리

사례 A: 40대 노동자 A씨는 원래 퇴행성 디스크가 10% 정도 있었는데, 교통사고 후 요추 골절로 약 25%의 영구장해 판정을 받았습니다. 의사가 “디스크 기여도는 전체 장해의 20%”라고 본다면, 실제 사고로 인한 부분은 25% × (1 - 0.2) = 20%가 됩니다.

사례 B: B씨는 고관절에 기존 15% 장해를 갖고 있었는데, 이번 사고로 반대편 무릎에도 10% 장해가 생겼다면, 고관절과 무릎을 각각 평가한 뒤 복합계산 공식을 써서 전체 노동능력상실률을 내야 합니다.

8. 맺음말

기왕증이 교통사고 후유장해에 영향을 미칠 때, 문제는 “얼마만큼 영향을 줬느냐”입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의학적 감정서에서 분명히 나온다면 간단하지만, 대개는 상당한 추정이 필요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법원이 계산을 포기하는 건 아니고, 기왕증 몫만큼은 사고와 별개로 빼주는 것이 손해배상의 공평원칙에 부합한다는 게 실무의 태도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사고로 생긴 장해율에서 기여도만큼을 곱하여 제한’하는 방법, ‘기존 장해를 감안한 뒤 남은 잔존 기능률로 계산’하는 방법 등이 상황별로 적용됩니다.

결국 핵심은 의학적 감정으로 나온 기왕증 비율을 바탕으로, 사고 전후 상황을 종합해 피해자의 ‘순수 사고기인 노동능력상실’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