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질환 등 기왕증, 구체적 판단자료가 왜 중요할까?

1. 기왕증 조사, 피감정인 진술만 믿어도 될까?

교통사고 후유장해를 감정할 때, 의사들은 종종 “피해자 진술에 기왕증이 없었다고 하니, 없다고 본다”거나 “치료 이력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기왕증이 없다고 추정한다”는 식으로 문안을 작성하기도 합니다. 반면 기왕증이 있다고 언급하더라도, 막연히 “기왕질환으로 보임”이라고 적을 뿐, 그 근거와 과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재판부나 보험사 측에서 확신을 갖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피감정인이 과거 어떤 병원을 다녔는지, 사고 이전에 받은 치료 기록이 있는지, 해당 질환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 감정의사, 왜 더 꼼꼼히 조사해야 하나?

(1) 환자 진술에만 의존하면 위험

환자가 무심코 “전엔 아프지 않았다”고 말해도, 실제로 몇 년 전부터 허리 통증으로 물리치료를 받아온 사례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엔 환자 스스로가 기왕증을 알지 못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지요.

(2) 기왕증 판정의 중요성

교통사고가 기왕증과 겹치는 경우, 손해가 얼마나 확대됐는지를 따지기 위해선 정확한 병력 파악이 필수입니다. 예컨대 허리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 기존에 경미하게 진행 중이었는데, 이번 사고로 급격히 악화됐다면 기여도를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합니다.

(3) 자세한 근거 제시

감정의사는 “객관적 검사 결과, 예전 치료기록, 영상자료” 등을 근거로 기왕증의 존재 여부와 그 증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법원이나 보험사도 합리적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가장 빈번한 기왕증 영역: 척추질환

실제 소송 현장에서 기왕증 기여도가 가장 문제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허리·목 등 척추 부위 장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질환이 자주 기왕증으로 거론됩니다.

(가) 추간판탈출증: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질환으로, 퇴행성 변화가 이미 시작된 상태일 수 있음.

(나) 척추체간 간격 감소: 퇴행성 변화나 노화로 인해 디스크 높이가 줄어든 상황.

(다) 골다공증, 퇴행성 골극형성: 뼈가 약해지면서 통증이나 기형이 쉽게 진행될 수 있음.

(라) 척추분리증, 추간판 팽윤증, 다발성 말초신경염 등: 이미 발생 중인 질환에 교통사고가 겹쳐 증상이 폭발적으로 악화될 수도 있음.

4. 구체적 예시로 보는 문제점

사례 A: 50대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쳤는데, 사실은 2년 전부터 추간판탈출증 초기가 있었던 사실이 발견됨.

감정서에 “피감정인은 허리 질환이 없었다고 진술함”이라고만 적혀 있다면, 실제 기왕증 기여도를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재판부는 “당신이 몰랐거나 기억하지 못했을 뿐, CT나 MRI 영상에서 이미 퇴행성 변화가 보인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사례 B: 40대 여성 환자가 사고 후 갑자기 심한 요통을 호소. MRI에서 골다공증이 심해 디스크 손상이 빠르게 악화된 정황 발견.

만약 감정의사가 “기왕증(골다공증) 확인”이라고만 짧게 적으면, 실제로 어느 정도 진행 중이었는지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5. 맺음말

결국 기왕증 여부와 그 기여도는 교통사고 손해배상 사건에서 핵심 쟁점이 됩니다. 특히 디스크나 골다공증처럼 척추 관련 질환은 노화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일 수 있어, 사고로 인한 손해와 어디서부터 분리해야 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감정의사는 환자 진술에만 기대지 말고, 사고 전 진단서·의무기록·영상자료 등을 폭넓게 확인해 기왕증 유무와 정도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재판부와 당사자들은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적정한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기왕증 판단 과정에서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객관적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고, 그 근거를 분명히 밝히는 것”입니다. 피해자·가해자 모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려면, 감정의사의 세심한 검증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