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프리즘]자율주행차가 사고내면 누구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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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통사고 로펌 댓글 0건 작성일 2017-10-18 13:46:48본문
정경일 변호사의 교통사고 로펌 | |
[법률 프리즘]자율주행차가 사고내면 누구책임일까 교통사고 뉴스&판례 | 2017.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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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은 미래에 자율주행차를 타고 안전하게 길을 가는 명절이 올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펼쳐지는 미래가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가 촘촘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명절은 가족끼리 정을 나누는 자리이면서도 한편으론 많은 시간을 길에서 운전대를 잡고 보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수동으로 기어를 조작하거나 요리조리 공간을 찾아내 자리를 바꿔가는 것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보다 2배 이상 막히는 길에서 졸음과 싸우며 운전대를 잡고 있다 보면 운전대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생각, 차에 올라 목적지를 말하기만 하면 알아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차가 얼른 상용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처럼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우리 법은 자율주행자동차라고 정의하고 있다. 차가 알아서 목적지에 도착하게 하려면 GPS로 위치정보를 교신하면서 내비게이션의 정보, 실시간으로 수신되는 교통량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여 최적의 경로를 찾고, 자동차에 탑재된 다양한 센서로 도로 상황, 주변 차량과 사람들의 움직임, 장해물 등을 탐지하고, 이들의 다음 동작까지 예측하여 그에 맞게 안정적으로 차량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 엄청난 정보의 수집과 처리가 필요하다. 자동차회사는 물론 통신회사, 인터넷 기업까지 관련 기술 개발에 열심이다.
법률상 분쟁 가능성 높은 자율주행자동차
그러나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려면 이러한 기술적 문제 못지않게 다양한 사회적·법률적 과제를 풀어야 한다. 자동차는 대중화된 이후 매우 유용한 필수품이 되었지만 개인이 일상에서 분쟁을 겪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매개체로 자리잡기도 했다. 이에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면허를 받아야 하고, 자동차 운행자는 법이 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이때 운행자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로서,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운전을 보조하는 일에 종사하는 자라고 법이 정의한 운전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법원은 운행자의 개념에 대하여 ‘사회통념상 자동차에 대한 운행을 지배하여 그 이익을 향수하는 책임주체로서의 지위에 있는 자’라고 하였다. 자동차의 소유자나 자동차를 사용할 권리가 있는 자가 통상 운행자에 해당한다. 운행자가 면책되려면 승객이 아닌 자가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 자기와 운전자가 자동차 운행에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사고가 일어났으며, 자동차의 구조상 결함이나 기능상 장해가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승객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는 승객의 고의나 자살행위로 사고가 일어났음을 증명해야 한다. 자동차 사고의 94%가 졸음, 주의태만, 안전거리 미확보, 과속, 음주 등 부주의에 의한 인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통계도 있듯이 자동차 사고의 원인은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제도가 발전한 것이다.
사람이 차를 운행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각 차량이 서로 운행정보를 주고 받으며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운행한다면 차선 변경 순서 등도 정해진 알고리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그만큼 사고가 날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이것이 자율주행차의 개발 목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것 중 완벽한 것은 없다. 아예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알고리즘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하는 자율주행차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이처럼 운행자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할 것인가? 자율주행차의 운행과 관련된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있었는데 이를 시정한 패치 파일이 배포되었음에도 운행자가 그 패치를 제때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운행자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개발 목적 중 하나가 안전한 운행이라면,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발생하였을 때 자동 업데이트를 하도록 강제하거나 일정한 기간 내에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업데이트할 때까지 운행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사람이 운행에 기여하는 비중이 현저히 줄어든다면, 제조업체에 대한 책임부담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의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제조업체가 책임을 부담하는 법률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그동안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인정된 예가 거의 없었을 뿐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에 이 법률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더욱 복잡하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제조물 책임은
현행법에서 제조물 책임은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가공됨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합리적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않아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합리적 설명·지시·경고 또는 그 밖의 표시를 하였다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경우에 인정된다.
그런데 제조물 책임은 제조되거나 가공된 ‘동산’인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므로, 소프트웨어 오류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부터 논란이 있다. 소프트웨어 그 자체는 법에서 규정하는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는 하드웨어에 탑재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경우 하나의 부품이나 마찬가지로 보아 제조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가공되어 안전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을 어떻게 사고 이후 피해자가 증명할 수 있을 것인지도 어려운 문제다. 이에 대하여는 2018년 4월 19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법에서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고, 그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으며,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정되면 그 결함에 의한 손해로 추정하고, 이와 같은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가 아니라는 점은 제조업자가 증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욱 어려운 것은 합리적인 대체 설계의 기준, 즉 알고리즘의 적절성이 논란이 될 때이다. 이는 그야말로 윤리학의 근본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2016년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는 1928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탑승객 1명을 희생시키더라도 보행자 10명을 살리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게 윤리적으로 더 바람직하다는 대답이 76%나 됐지만, 자신이 윤리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차를 탈 것인가에 대하여는 50%가 아니라고 하였다.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형사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자동차 보험제도는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도 어려운 문제다.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 왔던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 문제는 더 어렵다.
머지않은 미래에 자율주행차를 타고 안전하게 길을 가는 명절이 올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펼쳐지는 미래가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가 촘촘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그 날을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법·제도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
<유재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