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잘못이 컸는데도, 제 과실이라 믿고 합의했어요. 이제 취소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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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잘못이 컸는데도, 제 과실이라 믿고 합의했어요. 이제 취소될까요? 자주하는 질문과 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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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해자 잘못이 컸는데도, 제 과실이라 믿고 합의했어요. 이제 취소될까요?”
A.
교통사고가 일어난 뒤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사고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잘못 여긴 채 합의를 진행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사실 가해자도 큰 과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이미 쓴 합의서를 두고 ‘취소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원칙적으로, 교통사고 합의는 민법상 ‘화해계약’으로 분류됩니다. 화해계약은 서로 분쟁이 되는 사항을 일단락 지으려는 합의이므로, 당사자는 일반적인 착오를 이유로 쉽게 취소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민법 제733조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이 아닌 사항(즉, 분쟁의 전제가 되는 사실)”에서 착오가 있었다면, 그 화해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분쟁의 ‘목적’ vs. ‘전제’
분쟁의 목적: 과실비율이나 책임 범위처럼 양측이 서로 다투어 온 사항
분쟁의 전제: 당연히 맞는 사실로 전제하고 넘어간 부분(예: 사고가 전적으로 피해자 책임이라는 전제 등)
간단히 예를 들어봅시다. 처음부터 “교통사고는 전부 피해자 탓”이라는 점을 가해자 측이 강조했고, 피해자도 별 의심 없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였다고 해봅시다. 이때 실상은 가해자도 속도를 크게 초과했거나 신호 위반을 저지르는 등 과실이 명확했다면, ‘전적인 피해자 책임’이라는 전제 자체가 오류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그 ‘전제’가 다툼 없이 합의서에 그대로 반영됐다면, 법원에서는 이것이 “화해의 대상이 아니라 전제가 된 사항”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는 착오를 이유로 합의 취소를 주장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단,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 스스로 “가해자 측 과실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어도 일단 빨리 정리하자”며 과실비율도 분쟁사항으로 삼아 상호 양보했을 경우라면, 착오 취소가 쉽지 않습니다. 즉, 가해자 잘못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도 합의금에 동의한 것이라면, 그 부분은 이미 분쟁의 직접적인 대상으로 다뤄진 셈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가해자도 잘못이 있을 줄 몰랐다”라는 사실 자체가 합의 과정에서 전혀 다투지 않았던 전제 사항이라면, 착오 취소가 가능할 여지가 큽니다. 반면, ‘과실비율’을 직접 협상의 대상으로 삼았는데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수용해버린 경우라면, 착오를 이유로 합의를 무를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따라서 합의 전후로 어떤 부분이 실제로 분쟁이 되었고, 어느 부분이 단순 전제로 굳어진 사실인지를 꼼꼼히 구분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