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기왕에 앓았던 질환이 완전히 잠재된 상태였는데, 사고로 발현되면 어떻게 되나요?

A. 사고 이전엔 증상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으나, 특이체질이나 기존 질환이 잠재된 상태에서 교통사고 때문에 그 병이 발병하거나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도 법원은 사건과 기왕증 사이의 기여도를 평가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합니다.

1.잠재 질환이 깨어난 사례

예컨대, 고도의 근시로 인해 망막이 약한 상태였는데, 비교적 경미한 충격을 받고 망막박리가 유발되어 한쪽 눈 실명에 이른 경우입니다.

마찬가지로, 선천적 척추 이상(말판증후군 등)이 있던 사람이 교통사고 충격으로 다리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2.인과관계 인정과 책임의 범위

단일 사고로도 원래는 없던 질환이 비가역적으로 발현될 수 있으니, 사고와의 ‘직접적 관련성’을 입증하면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됩니다.

다만, 기왕증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 중’이었는지, ‘사고가 아니었다면 조기 발현되지 않았을 상태’였는지 등에 따라 책임범위가 달라집니다.

3.판단 기준

대법원은 사전에 병적 소인이나 특이 체질이 존재해도, “그 질환을 본래부터 갖고 있었다는 점이 사고 후 손해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보고 공평하게 분담하도록 판시합니다.

기여도를 판단하기 어려우면, 법원은 주치의 감정서나 과거 치료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며, 과학적·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면 피고 측 주장을 배척하기도 합니다.

4.실무적 유의점

피해자는 사고 전 건강검진 기록, 질환에 대한 증세 유무 등을 상세히 입증해야 합니다.

피고(가해자) 측에서는 사고 이전의 특이체질 등을 부각하며, “더 큰 결과가 생긴 건 피고 잘못이 아니라 피해자 체질 탓도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니, 재판에서 의료적으로 증명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