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속도로 갓길에서 사람이 서 있다가 차에 치였어요. 운전자는 전혀 책임이 없나요?”

심야에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앞서 사고가 나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 도움을 요청하려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는 차량이 이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는 일이 생겼습니다. 고속도로는 당연히 보행이 금지된 구역이지만, 사고 피해자는 긴급 상황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럴 때 운전자 측 과실은 아예 없는 걸까요?

A. “긴급 상황이라 해도, 고속도로상 보행자 사고는 원칙적으로 보행자 과실이 매우 높게 책정됩니다.”

1.긴급 상황의 한계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을 갓길로 빼거나 안전지대로 이동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보행자가 차로와 갓길 경계 부근을 배회하면 지나가는 운전자가 예측하기 힘듭니다. 특히 심야나 새벽처럼 시야가 어두운 때라면 위험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2.운전자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운전자가 앞서 도로 위에 서 있는 사람을 분명히 식별할 수 있었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일정 부분 운전자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안전하게 서행하면서 주변을 살피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던 상황이었는데도, 전방주시 태만으로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면 과실비율이 일부 분담될 수 있습니다.

3.구체적 판례 예시

한밤중 고속도로 3차로 부근에서 주정차된 트럭 후방에 서 있던 사람이, 후행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틀면서 충돌한 사례에서는 보행자 책임이 90% 정도까지 인정된 경우가 있습니다. “고속도로는 보행자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4.실무적인 조언

고속도로에서 어쩔 수 없이 멈췄다면, 즉시 반사 조끼 착용, 삼각대 설치, 비상등 점등 등 필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사고가 난 뒤라면 블랙박스 영상과 현장사진을 꼼꼼히 모아 “운전자가 시야 확보를 할 수 있었음에도 회피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일부라도 보행자 과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고속도로에서의 보행자 사고는 압도적으로 보행자 쪽 책임이 인정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아무리 긴급 사유가 있더라도 보행자가 차로에 나서는 순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므로, 반드시 안전지대로 피하고 경찰·견인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